Preface: 들어가는 글
그즈음의 나는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나 어떻게든, 어느 방향으로든 도약하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말이 씨가 되는 학교는 때마침 찾아온 기회였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했던가. 나는 틈틈이 드로잉을 했지만 그림 실력은 형편없었으며, 시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출난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전혀 준비된 사람이 아니었다. 그나마 전공한 게 인문학이라, 그림보다는 글 쓰는 것이 더 능숙하다는 것 정도. 그게 전부였다.
월식 선생님께서는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수첩을 가져가서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받아 적었다. 15년은 넘었을 아빠의 옛날 디카를 가져가서 사진도 찍었다. 그렇게 모은 자료들을 토대로 두 편의 글(0과 1)을 썼다. 정말 마구잡이로 썼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나는 매주 연재를 하게 되었다.
이 웹사이트의 글들은 전부 내가 문화기획학교 당시에 썼던 글들이다. 각주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문학보다는 논문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글이 지나치게 압축적이거나 사변적이거나 횡설수설인 것도 그 당시 나의 상태를 여실히 반영한다. 일 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정말 많다. 하지만 일단은 수정하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내 문체를 성숙시키는 것보다는, 서툴고 난잡한 글들이 보여주는 그때의 상황과 이야기가 더 소중하게 느껴져서 그렇다.
작년 말에 웹페이지 만드는 것을 배웠는데, 그때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제품을 만든 회사에 팬래터를 부치는 대신 웹페이지를 선물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때 말이 씨가 되는 학교의 웹페이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드디어 얼추 완성해 보았다.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지금도 급하게 타자를 치고 있다.
더 많은 새로움이 있기를!
2026년 2월에, 소정.